고령화에 갇힌 강원랜드…“이대로 정말 괜찮을까?”

젊은 세대의 이탈, 접근성 한계, 불편한 시스템…국내 유일 카지노의 위기

2025년 현재, 강원도 정선에 위치한 국내 유일의 내국인 출입 가능 카지노 강원랜드는 창사 이래 가장 큰 전환점에 놓여 있다. 겉으로 보기에 여전히 관광객은 존재하고 수익 또한 일정 수준을 유지하는 듯 보이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위기의 징후는 분명하다.

'고령화'된 고객층…40대 이상이 90% 이상 차지

강원랜드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고객층의 급격한 고령화다. 내부 조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카지노 이용객 중 **40대 이상이 92%**를 차지했다. 특히 50~60대 비율이 절반을 넘는 것으로 분석된다. 2000년대 초반 강원랜드 개장 이후 형성된 충성 고객층이 시간이 지나며 고령화된 것이다.

문제는 이들 고령층 고객이 점점 카지노를 찾는 빈도도 줄고, 소비력도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2023년과 2024년 사이, 60대 이상 방문객의 1인당 평균 베팅 금액은 7.2% 감소했다. 젊은 세대의 유입 없이 기존 고객의 자연 감소만 지속된다면, 강원랜드의 장기적인 존속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젊은 세대는 왜 강원랜드를 외면했는가?

Z세대와 MZ세대가 강원랜드를 외면하는 이유는 팬데믹 이후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와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오랜 폐쇄 기간 동안 많은 이들이 온라인으로 여가를 소비하는 데 익숙해졌고, 그 중 상당수가 불법 온라인 카지노나 스포츠 도박 등 사행성 웹사이트로 유입되었다.

불법이라는 문제에도 불구하고 이들 플랫폼은 언제 어디서든 접속이 가능하고, 게임의 다양성과 보상 속도 면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보였다. 반면 강원랜드는 하루 방문객 수 제한, 불편한 ARS 예약 시스템, 낮은 베팅 한도 등으로 인해 "오프라인에서 즐길 이유가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6시간 왕복' 수도권 접근성의 벽

강원랜드는 지리적으로 수도권과 거리가 멀다. 서울에서 출발할 경우 자가용 기준으로도 편도 3시간 이상, 대중교통 이용 시에는 환승을 거쳐 왕복 6~7시간이 소요된다.

이러한 이동 거리와 시간은 특히 주말이나 단기 여가를 즐기려는 젊은 세대에게 큰 부담이다. 실제 수도권 20~30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4%가 “강원랜드를 방문할 생각은 있으나 거리와 교통이 가장 큰 장애 요소”라고 답했다.

더불어 도착 후의 절차도 간단하지 않다. 예약하지 않으면 입장이 불가능하고, 현장에서 대기하는 것도 불허되며, 출입 일수 제한은 매달 갱신되어 관리해야 한다. 이런 복잡한 절차는 디지털에 익숙한 젊은 층조차 "오프라인 카지노는 불편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ARS 예약제도, 개선 없이 그대로…디지털 소외 가속

강원랜드는 코로나19 이후 ARS를 통한 사전 예약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시스템은 사용자 친화적이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통화 연결까지 대기 시간이 길고

• 원하는 날짜에 예약이 힘들며

• 취소 및 변경 역시 복잡한 절차를 요구한다.

특히 20~30대 젊은 세대에게는 전화 기반 시스템 자체가 생소하다. 이들은 모바일 앱이나 웹 기반 인터페이스를 선호하는데, 강원랜드는 아직까지도 전용 앱조차 없는 상황이다. 이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디지털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피곤한 도전'이 된 카지노 방문…놀이 아닌 노동

과거 강원랜드는 ‘즐거운 여행지’, ‘가벼운 오락’이라는 인식을 일부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이러한 이미지가 퇴색되었다. ARS 예약, 출입 제한, 장시간 이동, 낮은 베팅한도 등은 방문 자체를 ‘노동’처럼 느끼게 만든다.

한 30대 직장인은 “강원랜드에 가는 것보다 차라리 불법 온라인 슬롯을 하는 게 빠르고 간편하다”며 “어차피 그쪽은 모바일로 10분이면 시작할 수 있는데, 강원랜드는 하루 휴가를 써야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인식 변화는 단순한 고객층 이탈을 넘어, 강원랜드의 사회적 존재 이유에 대한 질문으로까지 이어진다. 본래 공공성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설립된 강원랜드가, 결국은 “누구에게도 즐겁지 않은 장소”가 되어버린 셈이다.

전문가 제언: "디지털 전환 없이는 미래 없다"

관광 산업 및 카지노 산업 전문가들은 강원랜드가 디지털 전환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 온라인 예약 시스템 개선 (앱 또는 웹 기반)

• 수도권 셔틀 및 교통 인프라 확충

• 젊은 세대 맞춤형 프로그램 도입 (e스포츠 테마, 라이브 콘서트 등)

• 비게임 콘텐츠 확대 (호텔, 테마파크, 미식 프로그램)

또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강원랜드의 공공성과 사행성의 균형이다. 젊은 세대를 끌어들이되 도박 중독 등의 부작용을 막기 위한 건전한 시스템 설계와 사용자 교육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론: ‘국내 유일’ 타이틀, 더는 방패막이 되지 않는다

강원랜드는 오랫동안 ‘내국인이 출입 가능한 유일한 카지노’라는 타이틀로 보호받아왔다. 그러나 2025년 현재, 그 울타리는 젊은 세대의 외면, 접근성의 장벽, 디지털 격차라는 현실 앞에 더 이상 방패가 되어주지 못하고 있다.

이제 강원랜드는 과거의 영광이 아닌, 미래의 변화를 고민해야 할 때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디지털 시대에 맞는 시스템 혁신과 젊은 세대를 위한 콘텐츠 전략을 수립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유일한 내국인 카지노’는 역사의 뒷페이지로 사라질 수 있다.